[최종신 IT단상] 저커버그 삼성 방문 이유, 페북폰과 VR때문

[최종신 IT단상] 저커버그 삼성 방문 이유, 페북폰과 VR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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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을 방문했다. 아니 한국을 방문했다기 보다 삼성을 방문했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14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과 미팅을 갖었다.

주커버그의 방한은 이미 올 해 6월에도 있었다. 그 때는 청와대를 방문해서 소위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방문에는 삼성전자와 저커버그 사이에 논의가 밝히지는 않았지만 예상되는 메인 안건은 현재로 2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연말 출시 예정인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와 삼성전자와의 합작품인 갤럭시 기어 VR에 대한 내용이고, 두번째는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에 대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소프트웨어와 SNS 생태계에 대한 주력 기업이니만큼,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를 전문으로 담당해 줄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다. 그 첫 단추로 오큘러스 인수 후 발 빠르게 삼성전자와의 합작품을 첫 VR 상용화 제품으로 시장에 선보이기로 한 것은, 페이스북의 그러한 바램을 현실화한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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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VR은 이미 알려진 사양대로 갤럭시 노트4와 연동해 가상현실을 360도로 체험할 수 있는 전형적인 웨어러블 VT 기기이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갤럭시 노트4를 사용해서 구현하며 그 시야각은 약 96도에 달한다. 여기에 오큘러스의 기술인 가속도 센서, 자이로 센서, 지자계 센서, 근접 센서 등이 함께 기능을 하며 다양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다.

현재 알려진 바대로라면 약 200불 내외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동일 콘셉트의 제품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도전도 거센 상황이다.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 업체들의 유사 제품 출시 경쟁이다. 이미 다양한 업체들로부터 가상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유사 기능의 제품들에 대한 출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카메라용 광학 렌즈 업체로 유명한 칼 자이스도 헤드셋 VR One을 발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갤럭시 기어 VR이 삼성의 스마트폰 제품 전용인 반면에, 칼 자이스의 VR One은 아이폰6와 안드로이드 제품을 모두 지원한다고 한다.​

써드파티 개발사 지원 전략도 오큘러스와 유사하여, iOS와 안드로이드 개발 SDK를 지원하며 다양한 써드파티 제품의 출시를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제품인 갤럭시 S5도 완벽 지원을 한다고 하니, 출시를 앞 둔 갤럭시 기어 VR로서는 강력한 경쟁사를 만나게 된 셈이다. 거기다 출시 예정 가격도 99달러 정도로 저렴하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삼성전자 간에 기어 VR 제품 경쟁력에 대한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야 할 시점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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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페이스북과 삼성전자의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일 것이다.

이 분야에서 페이스북의 첫 파트너사는 대만의 스마트폰 개발사인 HTC이었으나, 기대를 안고 지난 해 4월 출시되었던 첫 페이스북 전용 폰인 HTC 퍼스트는 시장에서 참패를 기록 했다. 출시 한 달 만에 2년 약정 시 공짜폰으로 풀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아마 페이스북으로서는 하드웨어 파트너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치 모델로 페이스북 전용 폰이 출시된다면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저커버그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외에 SNS인 페이스북과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는 당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어젠다이다. 얼마 전 시작해서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와 페이스븍의 연동 강화 같은 분야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저커버그는 이번 방한에 하루 앞선 13일에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해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방문 목적은 그가 지향하는 인터넷 접속의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공익사업에 대한 논의를 위한 것이었다.

저커버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직도 인터넷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전 세계 50억 명에게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가 주창하는 인터넷 접속 환경 개선 프로젝트에는 페이스북 외에도 노키아, 에릭슨, 퀄컴, 미디어테크, 오페라 소프트웨어 등의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어서 이번 만남에서 가장 훈훈한 어젠다로 이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심지어 소송 전으로 적대시 했던 애플로부터도 협력 관계를 요청 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상은 세계 ICT 업계에 이미 든든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업체로부터 오직 하드웨어에 대한 강점만으로 구애가 집중되고 있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업 역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점은 삼성전자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맹점이다.

일예로 삼성전자가 최근 그나마 의욕을 가지고 시도해서 반향을 일으켰던 음악 스트리밍 ‘밀크’ 서비스도 저작권 관련 이슈로 서비스 본질에 대한 차질이 불가피해 지는 등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금의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긴 호흡의 투자와 관련 업체들의 M&A 등을 통한 사업 재편, 그리고 자체 OS를 비롯한 주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 대한 사업 전략이 반드시 추구해야 할 삼성전자의 과제라는 인식이 지속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