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의 IT 단상] 아마존에 맞서는 국내 e북 산업

[최종신의 IT 단상] 아마존에 맞서는 국내 e북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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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가 250억원에 무려 70년 전통의 출판사 두산동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두산동아는 동아전과와 백과사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출판계의 거목으로 작년에도 매출 1630억원에 영업이익이 73억이나 나는 회사이다.

참고로 예스24는 1999년에 설립되어 올 해로 약 15년의 업력을 지닌 인터넷 서점 업체이다.

인수 금액이 매출이나 자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아마도 부채 승계를 전제로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250억이라는 인수 금액이 70년 세월의 무게에 비해서는 턱 없이 작게 느껴진다.

예스24는 두산동아 인수를 자사의 e북 사업과 연계한 전자 참고서 컨텐츠 확보에 비중을 두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즉 e북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라고 볼 수 있다.

지금 국내의 e북 업계는 아마존의 진출 가능성이라는 최대 복병을 맞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할 경우 전용 단말기를 저가에 공급해서 단기에 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공포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2년 전 진출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업계가 가진 공포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 진출 전까지 일본의 e북 시장은 라쿠텐, 코보, 소니가 리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일본에 진출한 뒤 불과 1년 만에 e북 시장의 38%를 차지하게 된다.

가장 먼저 일본 e북 시장에 뛰어들었던 소니는 자국 내에서 점유율에 뒤지며 해당 사업이 힘을 얻지 못하자 해외로 넓혔던 관련 사업을 북미와 유럽 호주 등에서 철수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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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과연 어떻게 일본에서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바로 로컬 컨텐츠 확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서 만화 1만5천 타이틀과 오리콘 100위권 책과 50위권에 드는 문고 등 일본어로 된 총 5만권의 현지 컨텐츠를 확보했다.

특히 최대 출판기업인 고단샤의 경우 그 동안 라쿠텐과 소니의 거듭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컨텐츠 제공 협상이 결렬되었었지만, 반면 아마존은 고단샤와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며 초기 시장에서 큰 추진력을 얻게 된 것이다.

또 기존에 보유한 영어 등 다양한 외국어 책까지 포함하면 무려 100만권이 넘는 책을 킨들 단말기 등으로 공급하게 된다.

즉 질과 양 면에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컨텐츠를 초기에 확보한 것이 일본에서의 아마존 e북 사업의 성공 요인인 것이다.

최근 일본 시장에 안착하고 e북 시장의 선두업체로 장악력을 키워 온 아마존이 일본의 출판사에 등급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전자책을 취급하는 일본 출판사를 4등급으로 나눠 마케팅이나 온라인에서의 노출 등에서 차등 취급을 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미 올 초부터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발표가 있자 대형 출판업체를 시작으로 아마존의 이러한 차등 시스템에 일본 업계는 반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이 시스템을 수용하면서 아마존의 정책에 결과적으로 전 출판계가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마존의 진출 국가에서의 시장 장악 그 다음 단계가 어떻게 진행될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앞서 예스24의 두산동아 인수 사례처럼 이제 국내 e북 업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은 로컬 컨텐츠 확보로 일종의 진입장벽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 환경에서 학습 참고서는 가장 현지화된 컨텐츠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협상보다는 두산동아의 사례처럼 지분 100% 인수를 통해 확보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그러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로 저마다의 사업 영역 안에서 로컬 컨텐츠의 확보를 확고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을 마련하거나 온라인으로 시, 소설 작가들과 그 컨텐츠를 일종의 큐레이션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북팔이나, 국내 만화 창작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컨텐츠 확보의 핵심으로 삼아 발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레진코믹스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존이 대형 업체와의 계약으로 대량의 컨텐츠를 한 번에 확보해 나갈 수는 있어도, 이 두 업체의 예처럼 아마존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니치의 영역은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이미 국내에 e북 컨텐츠 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구글과, 향후 진출이 예고되어 있는 아마존에 맞서 국내 업체들의 전략적 대응이 빛을 발할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로컬 컨텐츠의 확보에 달려있다고 보여진다.